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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s

폴 몰런드, <인구의 힘>: 인구 구조변화에 대한 두려움

by 양자역학이 좋아 2022. 1. 3.

 

2021년 마지막 책은 뭔가 20대를 마무리하는 느낌의 책이었으면 했는데, 결국 30대에 내가 고민해야 하는 주제를 여는 책이 되어버렸다. 『인구의 힘』은 인구 관점에서의 근대사다. 인구 성장의 물결에 따른 국가의 흥망에 관한 이야기와 사회 변동을 다룬다.

이 책의 미덕이 있다면, 문제로서 인구의 위력을 다룬다는 점이다. , 그 옛날 멜서스 신부가 두려워했던 인구의 성장이 위협했던 풍요처럼 인구의 성장과 감소가 정치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 그 역사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예컨대 멜서시안 트랩을 뚫고 인구가 성장했던 국가들은 늘 근대 제국으로 성장해왔다. 그 처음은 영국이고 독일, 러시아, 미국이 그러한 경로를 밟아왔고, 인구의 성장은 주변국에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근대 자본주의 체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 규모를 이룬 국가들은 모두 인구 성장에 따른 풍부한 노동력을 기초로 해온 것도 물론이다. 혁명이 일어난 국가들은 대부분 청년층이 굉장히 많은 국가였고, 전적인 원인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동구권의 몰락도 상당부분 출산율 감소에서 기인하는 바가 있다. 요약하자면, 인구는 아주 자주 외면당하지만 굉장히 강한 힘을 발휘해왔고 인류는 그만큼 인구의 위력을 두려워해왔다.

그럼에도 내가 느끼기에 한국사회에서 인구 구조변화라는 토픽은 외면당하고 있다. 오로지 초점은 낮은 출산율로 30년 넘게 몰리고 있다. 이미 1984년 이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 미만으로 떨어졌고, 2018년 이후 1 아래로 떨어졌다. 지방 주요도시들은 이미 젊은 사람이 보이지 않고, 도시는 늙어간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그렇다면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은 탓일까?

기대수명 증가가 출산율을 보상하는 측면도 있지만, 2020년에 한국의 인구가 처음 감소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출산율은 진작에 낮았지만 기대수명 증가로 해결되지 않는 잔여를 채웠던 건 이민자들이었다. 낮은 출산율이 더 낮아지지 않았던 건 사실 이민자들 덕분일지도 모른다. 다문화 가정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다문화 가정의 출생아 수도 점점 줄고는 있지만, 전체 출생아 중 그 비율(2020년 기준 6.0%)은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번 나오는 한국사회에서 인구 감소에 대한 두려움이 출산율로 집중되는 것은 아이를 낳지 않는 순수혈통-여성에 대한 혐오로 귀결될 뿐,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준비되지 않은 다문화 사회로의 강제적 이행은 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고, 나는 그것이 극우정치로 귀결되기에 아주 적합한 조건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정말 내가 낮은 출산율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읽으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다.

조만간 한국사회의 인구구조변화와 그에 대한 두려움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