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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 Short Review: 판타지 없는 히어로물 오래전 본 영화에 관한 생각이 이제야 정리가 된다. 은 히어로물 특유의 스펙터클이 잘 살려지지 않아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남는 건 음울한 동시대사에 관한 기록이란 생각뿐이라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위안이 되어준 영화다. 이 지시하는 사건이 무엇인지 기억한다면, 이 영화가 갖는 의미는 달라진다. 그것은 비단 주인공의 초능력 발휘가 긍정적인 결말을 낳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류승룡이 쓰는 염력은 볼 때마다 그 비현실성 때문에 스크린이 더 멀리 느껴진다. 희망조차 주지 않는다. 감동도 박진감도, 쾌감도 없다. 다른 영화에서 찾을 수 없는 통찰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철거용역과 싸우는데 사용했던 자신의 염력을, 주인공이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소박하게 쓰는 모습.. 2021. 8. 10.
서동진 (2017). 지리멸렬한 기술유토피아. 창작과비평, 45(3), 284-299. ‘4차 산업혁명’이란 키워드는 굉장했다. 각 정부 부처에서 대처 방안을 짜고, 지난 대선 주자들도 그에 대해 입에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는 이것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는 반면, 다른 누구는 이것이 굉장히 우리 삶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 다 일견의 진실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3차 산업혁명’이라 불렸던 ICT 혁명이 우리의 사회경제적 삶에 그다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기술 변화가 낼 성과의 규모를 섣불리 확언하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닐 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기술변화에 대한 기대와 회의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에 관한 문제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서동진은 다른 대안이 모두 사라진 시기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담.. 2018. 3. 4.
<500일의 썸머>, 사랑이란 이름의 감정은 없다. 고등학교 때 개봉했을 때부터 이 영화를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매번 볼 때마다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은 달랐다. 그 때 그 때 내가 느끼는 감정들 때문에 받는 메세지가 달랐다. 한 번은 썸머를 욕하기도, 또 한 번은 톰을 욕하고 자책하기도 했다. 전엔 자아의 성장이란 면에서 톰과 썸머를 둘 다 긍정하면서 이 영화를 한 동안 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톰이 뭘 잘못했는지에 맞추어 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 회의 때 표정이 이런 직원도 생산성만 좋다면 천조국에선 잘리지 않나보다... 톰은 스스로를 배반하는 삶을 산다. 대학 시절 건축을 전공했지만, 생계를 위해 카드 만드는 회사에 다닌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카드를 만든다. 본인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니 열정도 없고 흥미도 .. 2018. 1. 25.
[번역] 코스타스 라파비차스, 정부가 월스트리트를 부상시켰다고? 금융화(Financialization)는 낯선 단어이지만 현대 자본주의의 중요한 측면을 잘 드러낸다.지난 수십년 간, 금융부문은 현저하게 성장해 경제 전체를 지배하는 위치까지 이르렀다. 몇몇 논자들은 금융의 부상을 정부정책의 결과라 주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미국에서의 규제완화가 월스트리트에 이익이 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금융화는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어 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즉 금융화는 이미 경제와 사회의 내적 경향에 의해 근본적 실제가 됐고, 정부정책은 금융의 이익에 따른 것이다.금융화는 1970년대에 시작돼 40여 년간 이어져 온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적 전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전환의 뿌리는 기술과 노동조건의 근원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정보통신혁명은 아직 충분.. 2017. 2. 1.
[번역] 토마 피케티, 기본소득이냐 공정임금이냐?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는 프랑스인이라면 누구나 최소한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상기시킨다. 단지, 그 액수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연대소득제도(RSA, 프랑스 최저임금제도)에서 자녀가 없는 개인에게 월 530유로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충분하다고 여기지만 누군가는 800유로로 인상하길 원한다. 그러나 좌우를 가리지 않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는 최저 소득의 존재에 동의하는 듯하다.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에 대해 ‘푸드 스탬프’를 지급하며, 사회국가는 겉으로 후견인 혹은 감옥의 책임을 맡는다. 나쁘지 않지만, 우리는 이에 만족할 수 없다. 기본소득 논의의 문제는 대부분 실제 문제를 검토하지 않은 채로 사회정의를 저렴하게 해결한다는 것이다. 정의의 문제는 월 530유로냐 8.. 2017. 1. 28.